2008년 12월 28일 일요일

궁해봐야 소중한 줄 알지

세상 만사 모든 게 다 그렇다. 일단은 궁해봐야 소중한 지 알게 된다는 것.

어렸을 때부터 난 감기를 달고 살았다. 물론 한 살, 두 살 먹어가면서 감기를 앓는 빈도가 점차 줄어들어서, 대학생이 되고 부터는 좀 나아지긴 했지만, 그래도 계절 바뀌면서는 꼭 한 번씩은 감기를 해 줘야 할 정도로 감기를 자주 앓았다.

나는 왜 감기에 자주 걸리나 라는 주제가 나올 때마다 엄마는 "내가 널 가졌을 때 입덧 하느라 먹는 걸 잘 못해서 그래."라고 힘 없이 말씀하시는데, 일리가 있는 것도 같다. 내가 태어났을 때 몸무게가 2.7kg정도 밖에 안 될정도로 작았다고 하셨으니, 그 때부터 골골골 잔병치레를 자주 하는 게 몸에 배일 만도 하지.

그러나 올 2008년엔 정말 신기하게도 별로 아픈 일이 없었다. 일을 시작했으므로 아플려면 더 자주 아파야 정상이었지마는, 1/4분기와 2/4분기를 통틀어 몸살을 한 번 앓고 넘어간 것 말고는 3/4분기를 지나 4/4분기를 여유롭게 지나 가.... 는 듯 했다.

그러나 크리스마스 이브날인 지난 24일, 뭔가 알 수 없지만 뭔가 어두운 그림자가 스멀스멀 기어오기 시작했다. 그 전날 목이 칼칼 할 때만 해도 "설마, 이대로 아플리가"라고 의심했지만, 이브날 당일 학교에서 산타복을 입고 산타 이벤트를 할 때는 점점 교실이 어질어질 거리는 게 집에 가면 쓰러지겠다는 느낌이 온 몸을 엄습해 왔다. 사실 오전 까지만 해도 "크리스마스 당일 서울 갔다가 내려 오려면 오늘 약 먹고 푹 쉬어야지."라고 큰소리를 쳤었지만, 오후가 되어서는 "아, 이대로 그냥 몸살이구나."라는 생각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의원 가서 침 맞고 약을 지어 오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.

그런데 이 몸살은 내가 생각하는 수준의 몸살이 아니었다. 그야말로 내 평생 정말 한 번 있을까 말까한, 그 정도로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몸살이었다. 머리가 아파서 잠을 자지 못해 30분에 한 번씩 깨어났고, 그러면서 속이 울렁거려 다시 잠을 억지로 청해야 하는 신세. 기운이 없지만, 음식을 넘기지 못해 포도즙과 우유로 하루 종일 연명하고, 그리고 다시 약을 먹고 누워있는 신세.

그래도 다행히 푹 쉬기만 쉬면 낫는 게 몸살 아니겠는가. 수요일부터 장장 일요일인 오늘까지 5일간을 집에서 푹 쉬니까 겨우 몸살이 낫긴 했다. 물론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지만, 그래도 정신을 좀 차리고 수업을 할 만하게는 되었다는 이야기다.

이것 봐라, 역시 사람은 궁해봐야 소중한 지 알게 되는 것이다. 몸이 쌩쌩할 때는 미래가 어쩌고, 일이 어쩌고 하면서 바쁘게 지냈지만, 몸이 아프게 되니 그 어떤 것도 생각하기가 싫어지고, 생각할 수도 없어지고, 오로지 건강을 챙기는 데만 집중 하게 되지 않느냐 말이다.

몸 좀 잘 다루고 살자. 궁해진 뒤에 후회해서 소중한 지 알게되기 전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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